포트넘 앤 메이슨 레몬커드(Fortnum & Mason LEMON CURD)와 홍차와 특별한 추억

Fortnum&Mason LEMON CURD


올해 초에 런던에 갔을 때 사온 포트넘 앤 메이슨 레몬커드(Fortnum & Mason).


포트넘 앤 메이슨은 홍차 브랜드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애프터눈티 세트를 먹을 때 빵과 같이 나온 이 레몬커드가 너무 맛있었다!


매장에서 같은 것을 팔길레 사왔는데, 맛있긴 한데 조금 물리는 맛이어서 한번에 많이는 먹을 수 없다. (딸기잼은 쑥쑥 잘 넘어가는데...)

유통기한이 올해 12월까지라서 틈틈히 부지런히 먹고 있다.



포트넘 앤 메이슨은 작년에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했는데, 예전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철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역시 장사는 타이밍...)

검색해보니 직구를 했을 때의 가격과 차액이 최소 1~5천원 선이라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비행기 티켓값보다는 싸니까..!




Fortnum& Mason Earl grey classic

포트넘 앤 메이슨 얼그레이 클래식 티


홍차를 처음 먹은 건 아마 2007년즈음인가, 아는 사람 따라서 홍대에 갔을 때였다.

한참 홍대 돈부리가 이글루스에서 엄청 유명세를 탔고, 그 때는 일본음식 먹으려면 홍대로! 라는 인식이었다.

연어덮밥에 감자고로케를 먹고, 디저트로 케익이 맛있는 가게에 갔는데 동행인이 홍차를 주문했었다.

공기중으로 퍼지는 향이 너무 좋아서 한입 마셔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입을 댔는데, 쓴맛 섞인 맹물이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부터 나에게 홍차란 "냄새만 좋은 맹물"이라는 인식이 박혀서, 한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홍차를 마시게 된 건 대학 들어가고도 한참 뒤였는데, 

단골 카페 사장님이 맨날 커피만 마시는 나에게 홍차의 맛을 알게 해주겠다는 의지가 강하셔서

만들어 준 게 트와이닝 레이디 그레이로 만든 밀크티, 마리아쥬 프레르 마르코폴로로 만든 밀크티였다.



twinings lady grey tea

트와이닝 레이디 그레이 티 

입문용 홍차로 많이 소개되는데, 정말 맛이 부드럽다. 

베르가못, 레몬, 오렌지 등 시트러스류를 함께 블렌딩한 홍차.

mariage marco polo tea

마리아쥬 프레르 마르코폴로 티 

이건.... 정말 풍선껌 맛이다...! (이 표현을 카페사장님은 질색하시지만..)

풍선껌맛 우유를 먹고 싶을때 마시면 정말 적절하다! (이 이야기를 카페 사장님은...222)



런던에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었는데, 옆에 앉은 두 모녀가 일본인이었다.

최종목적지는 오사카이고, 인천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탔는데 딸이 멀미가 심해서 비행기 착륙 뒤에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체질이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연착출발하는 바람에 환승시간이 촉박해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객실의 케빈크루에게 착륙 후 휠체어 사용을 요청했는데,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았는지 사용을 거절 당했다.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어렸을 적에 버스터미널에서 굽이굽이 산길을 2시간을 차를 타고 가야 도착하는 할아버지 댁에 가면서 

택시 안에서 구토를 하는 실수를 했는데, 

택시기사님이 화를 내지도, 세차비도 받지 않고 "허허, 멀미가 심하면 그럴 수도 있죠."하고 

창문을 열고 할아버지 댁까지 천천히 운전해주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어찌저찌 일상적인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이라서 모녀와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뒤,

케빈크루에게 모녀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상세하게 한국어로 설명했다.

(국적기여서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참견이었던 것..!)


사무장에게 갔다가 돌아온 케빈크루가 착륙 후 휠체어를 준비해주겠다고 했고,

앞자리에 앉은 일본인이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는지 "환승위치가 멀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모녀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착륙안내방송을 듣고 멍 때리면서 앉아있는데, 모녀가 도와줘서 고맙다고 답례라며 봉투를 하나 주었다.

집에 와서 뜯어보니 홍차였다.


harrods breakfast strong No.15 tea


해러즈 블랙퍼스트 스트롱 No.15 티

스트롱이라고 타이틀에 붙어있어서 그런가? 티백 하나에 들어있는 찻잎이 정말 많다.

잘 우리면 하루종일 계속 물을 넣어서 우려먹어도 될 정도다. 그런데도 쓴맛 하나 우러나지 않는 게 너무 신기한 티....

일상에서 우롱차처럼 마시기 좋은 티... 직구순위 1위...!



누군가를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낸 것도 즐거운 일인데, 

좋은 티까지 선물 받아서 너무 행복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일이, 

단순히 남의 나라 글을 읽고, 말할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인생의 영역과 시야를 넓혀준다는 걸 조금 늦은 나이에서야 깨쳤다.

사람은 20살 정도 되면 인생의 경험을 어느 정도 다 하게 되어서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없다고 하지만,

나라 밖으로 나가면 일상과는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되면 항상 해외로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홍차를 맛있고.... 추억은 즐겁다...





포트넘 앤 메이슨 레몬커드(Fortnum & Mason LEMON CURD)와 홍차와 특별한 추억 (끝)